시_2015/07

기차는 검은 마을들을 지나친다
정신과는 밤에도 불을 밝혀둔다
눈은 자연스럽게 빛을 쫓는다
움직임에 배가 고프다
지나가는 것들이 내 머리위로도 스친다
비치는 것들이 내 머리위로도 비친다
그런데 내 눈은 어둠도 본다
흐릿히 보이는 사람들 몇명들을 떠올려 보다가 그랬다
나도 어둠속에서는 바라봐 진다
나는 상대적인 것이다

이야기_2014/11

-손-

엄마랑 손을 흔들면서 ‘안녕’이라 인사하고 헤어진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내 기억속에 있는 이 그림이 진짜 있었던 건지 아닌건지는 잘 모르겠다. 딱히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된 적은 없지만 보통 우리가 커가면서 알게되는 전형적인 모성애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은 사실이다. 엄마의 숨결이나 손결이 무언지 모르면서 자랐고 그 나마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엄마와의 가까움은 그저 멀리서 웃으며 ‘안녕’이라 손 흔들어 인사했던 것이 전부인데, 그것 마져도 내가 나중에 스스로 만들어 낸 상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엄마는 늘 어딘가에 나가느라 바빴고 나중에 그것이 데모를 하러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엄마가 나와 동생을 집에 두고 그렇게 나가서 무언가를 할 정도로 그것이 중요한 일인가보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나이가 들어서 인권 문제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고 나의동기들이 목소리를 높여 가면서 이 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들을 말할때 비로소 그때 엄마가 하려던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스럽게 알아갔다. 나중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불끈 쥔 그 주먹이 마치 입대신 말해주고 눈대신 쳐다봐주기라도 하는 듯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내게 엄마라는 단어를 읽거나 사용할때마다 재 머릿속에 자연스래 떠오르는 형상으로써 나중에는 곧 현실적인 사진이 되었다.
엄마와 관련된 기억들이 어렴풋한것과 반대로 대학교때 들었던 교양 수업시간에 본 그림 중 하나는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그림안에는 여러명의 사람들 사이에 두남자가 유독 눈에 띄었는데 한 남자는 두번째 손가락만을 치켜든 채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고 또 다른 남자는 손바닥을 활짝 펴서 눞인채로 앞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겉모습은 머털도사랑 다를게 없었다. 외국 한번 나가보지 않고 더 나아가 외국 서적 한번 읽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옷차림과 얼굴들이 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나는 금방 알수있었다. 엄마의 ‘주먹’ 마냥 그림속 남자의 검지 손가락도 하늘을 향해 있었다. 중력의 법칙에 묶여 살아서일까? 우리는 하늘을 보면서 꿈을 키우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이상을 갈구한다. 그래서 그림 속에 또다른 남자는 그것을 허공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우리고 결국 한번 더 봐야하는 것은 하늘이 아닌 세상 땅 위라는 것을!
엄마는 내가 취직하는 것도 결혼 하는 것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한번도 그것에 대해 아쉬워한 적은 없었다. 내 삶이 결코 자랑스럽지 못해서 차라리 안 보는게 낫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엄마 라는 사람과 나라는 사람 사이에 있는 간격이 아주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이후로 계속 넓어져왔기 때문에 내가 성인이 되고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서는 나의 새로운 가족에게 책임감을 느끼며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엄마라는 사람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날도 나는 엄마곁에 있지 못하였다. 수많은 입국하는 외국인들의 엄지 손가락을 찍고 있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동료랑 가벼운 이야기를 하던 중에 동생에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후에도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끝냈다. 그날 밤 비행기로 도착한 한 외국인은 엄지 손가락에 지문이 컴퓨터에 입력되지 않아서 몇번이고 반복해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손가락 살을 특히 엄지손가락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뜨거운 물” 마추픽추에서 2012

곧게 뻗은 바위는 엊그제 죽은 내 사랑

길쭉히 자라난 산 너머 저 나무는 내 이루지 못한 사랑

그 사이에 가는 빛줄기는 내가 쉬고 있는 숨

자연스럽게 지나가버린

결코, 자연스럽지 못한 사랑 이야기

사람 이야기

가끔은 해가 비추는 언덕 사이로 비가 오기도 하지

나는 그때를 기다려

두 손 내밀어 비를 느끼고

잠에 들고

그 언제가 꿨던 꿈

한번 더 꿔보기도 하고

(차, Aguas Calientes 페루에서 어느 비 많이 오던 날 2012)

A Short Bio_Scene 1. London. Year 2012. Wintertime

 I was half asleep and half awake in a place near a Salsa bar in Charing Cross Road, London. It was past the midnight but the streets were still very busy. People were stumbling and shouting with alcoholic beverages in their hands. Some men were alone and lost, oblivious of their loneliness by intoxication. Some women were struggling with their purses and skirts.

There were old professors, bankers, bookkeepers, thieves, pseudo-hippies, dealers, writers and police on the street. Some were there since they were born but some were there by wrongly turning the wheels of fate.

Each and every one was after the same thing: to find something to fill (feel) their heart with. It was money for some, it was woman for one night for some. But for the two Polish men who were lying on the floor near where I was, it was food.

I felt heavily sleepy but I could not close my eyes because the two guys were fighting in the corner of the bar that smelt urine. One stood up from his sleeping bag and started to beat up the other guy in his sleeping bag. The reason they were fighting was apparently that one of them had to bring food for them that night for it was the man who was lying in the sleeping bag’s turn but didn’t. That’s why the other guy got so crossed. Anger, with hunger made him beat his friend, who was trying to sleep off the hunger inside his sleeping bag smelling people urinating in the corner of the bar. Then soon the guy who beat his friend left. I dozed off a bit and when I was awake to leave, I saw the guy coming back to the friend who was sleeping. He had some food in his hand, for his friend and for himself. He looked like the mother bird.

런던의 차링 크로스 로에 있는 어느 살사 술집 근처에서 나는 비몽사몽간에 빠져 있었다. 자정을 지났건만 길거리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손에 든 채 곧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소리지르고 있었다. 어떤 남자들은 혼자였고 갈 길을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술에 취해 외로움도 잊고 있었다. 어떤 여자들은 지갑과 스커트를 챙기느라 바빴다.

길에는 나이 지긋한 교수, 은행원, 회계원, 그리고 도둑, 가짜 히피, 작가, 딜러, 경찰관 등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단지 운명의 수레바퀴를 잘못 굴려서 와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각각 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마음을 채워줄(느끼게 해줄) 어떤 것을 찾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돈이었고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하룻밤의 여자였다. 그러나 내가 있던 곳 근처에 바닥에 누워 있던 두 폴란드인 남자에게 그것은 먹을 것이었다.

나는 몹시 졸렸으나 오줌 냄새 나는 술집 구석에서 싸우고 있는 그 두 사람 때문에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하나가 결국 침낭에서 일어나더니 침낭에 들어 있는 다른 하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 이유는 오늘은 침낭에 누워있는 그 남자가 그들의 먹을 것을 챙겨 와야 했는데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쪽이 크게 화가 났던 것이다. 배고픔에 화가 나서 사람들이 술집 구석에서 오줌 누는 냄새를 맡으며 침낭 속에서 배고픔을 잠으로 잊으려고 한 친구를 때리는 지경까지 간 것이었다. 친구를 때리던 남자는 곧 그곳을 떠났고, 나는 잠깐 졸았다. 내가 눈을 뜨고 그 곳을 떠나려는 순간 아까 때리던 남자가 잠든 친구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손에 자신과 자신이 때렸던 친구가 먹을 것을 들고 있었다. 그는 어미새 같았다.

시_2008(?)

나뭇가지

바람이 엄청 불었다

나쁜 공기에 바랜 하얀 신발처럼

사악한 횟빛 구름은 소리없이 지나간다

구름 지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 아래로 가지뿐

남지 않은 나무들이 아우성이다

마치 뼈만 남은 사람들이 모여서 열렬한 토론이라도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