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_2014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쿠스코 (Cuzco)를 향해 가는 동안 나는 내내 창 밖을 내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피곤한 여정에 옆에서 눈을 반쯤 감고 있는 친구에게 “Is this Andes? This is THE Andes! Look, the Andes!” 라는 말을 계속하며 내 눈은 눈 아래 펼쳐져 있는 풍경을 떠나지 못했다. 안데스산맥을 페루 쪽에서 맨 먼저 볼 줄은 몰랐다. 내가 남미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나라인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처음으로 보게 될 줄 알았다. 그래서 함께 환호하지는 않더라도 옆에 있는 친구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2012년에 페루에 갔던 것은 내 생애 처음으로 타인의 결의로 이루어진 여행 이었다. 내가 시작한 장(章)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까, 처음에는 좋은 여행지에서는 꼭 느끼게되는 ‘모든 것이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는듯’ 한 것을 체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이 융합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결과적인 감동보다는 그 과정에 배울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함께 간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그 시절 이후 지금까지 서로 많이 아껴주면서 지내왔다. 지금은 서로 다른 나라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한 때 나는 아무에게도 연락 하지 않고 지낼 때에도 이 친구에게 만은 연락하면서 지냈을 정도로 친했다. 지금 나는 손에 붓을 드는 일을 하고 있고 이 친구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금융 일을 한다.

여행을 어디로 가던 내가 좋아하는 기분이 몇 개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 ‘다르다’는 느낌 후에 다가오는 ‘같다’는 느낌일 것이다. 누구나 어디를 갔을 때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다르고 낯설게 보이지만 머잖아 다르게 보였던 것은 작은 세부사항들이었을 뿐이며 크게 보면 지구라는 곳에 선으로 그어 놓은 듯이 나뉘어 있는 나라들은 결국 다 같다는 걸 알게 된다.

식습관, 종교, 의식, 건축, 정치 방식, 언어, 피부 색 등이 다 다른 듯이 보이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것만이 그렇다. 사람살이의 본질로 들어가 보면 눈물, 식욕, 가족, 사랑, 돈, 거주 방식 등에서 우리는 거의 다 같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다가가는 방향은 다르나 그 무엇은 같은 것이다.

친구는 여행지에서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다. 거의 언제나 눈에 사진기를 대고 있을 정도였다. 내 사진기는 몇 장면을 찍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가방 안에 있었다. 우리는 먹을 것 앞에서도 많이 달랐다. 친구는 한 반년 전부터 채식주의자로 살기 시작했기 때문에 고기나 생선만 파는 식당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가끔 당근, 양파, 가지 등이 그득한 친구의 접시를 보다가 시뻘건 고기 덩어리를 썰고 있는 나를 보면 괜히 죄책감이 들기 까지 했다.

우리는 다른 점이 보이면 먼저 경계부터 한다. 나도 페루에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나랑 너무나 다르게 행동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너무나 다른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경계했다. 이런 감정이 길어지면 실망하고 그러다가 반감으로 이어진다. 나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에게서도 이런 감정을 느꼈는데, 하물며 처음보는 무엇 또는 누구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훨씬 더 가능할 것이다. 이런 내 감정이 수그러들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오래고 깊은 우정이 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해야겠다는 용기와 더불어 서로에 대한 이해심도 생겼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화는 모든 ‘다름’ 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길로 가는 첫 걸음이 아닐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외국인들은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한다. 엄마와 갓난아기는 아기의 울음소리, 엄마의 지혜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부부 사이는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말을 아예 하지 않기도 하고 가끔은 창문을 깨뜨리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느냐 그리고 서로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느냐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기는 순간 다른 점을 인정하게 되고 서로가 필요한 점이 둘 사이를 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 친구에게 찍은 많은 사진들을 보여 달라고 했다. 친구의 디지털 사진기 안에는 우리가 함께 걸었던 곳 들, 내 뒷모습, 내가 웃기는 표정으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바쁘게 사는 친구에게 그 사진기는 지금이 결코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하나의 도구 일지도 모른다. 사진을 보고 친구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우리가 함께 하는 여행을 함으로써 처음 와보는 오지에서 배우는 것 못지 않게 서로에 대해서 많은 걸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나에게 필요한 사람,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 자신 보다도 더 마음을 쓰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그런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한번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서로의 다른 점을 보고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큰 의미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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