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_2011

모로코 대중 교통

유럽이나 미국, 그밖의 선진 국가의 국민이 모로코로 여행을 갈 경우 현지에서 보통은 렌트카를 이용하는 편이다. 모로코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틀라스 산맥, 대서양과 지중해, 사하라 사막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있는 페즈와 같은 여러 도시들을 보려면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고 단체여행이 아니라 혼자 혹은 둘이 여행을 하는 경우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유는 교통비가 저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하는 나라에 우리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면 그 나라의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더 잘 관찰할 수 있고 택시를 타면 기사와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모로코에는 기차는ONCF라는 국영철도가 하나 있는데 노선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즐거운 여행을 값싸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수도 라밧에서 모로코 동쪽 끝의 알제리아 옆에 있는 우즈다까지는 침대가 있는 밤기차로 열시간 정도 걸리며 기차값은 우리 돈으로 4-5만원 정도이다. 또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쉬까지 일등석으로 타더라도 2만원이 안 들고 3시간 정도 걸린다. 탕헤르에서 페즈까지 이등석을 타면 1만 5천원 미만에 5시간 정도 걸린다. 개인적으로 나는 짧은 거리일 때 기차를 더 편하게 이용했다. 예를 들어서 카사블랑카에서 라밧 처럼 멀지 않은 거리는 기차와 버스 값에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차 시간을 미리 알아보지 않아도 되니 편리했다. 기차에는 짐을 가득 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었지만 아이들도 많았다. 핸드폰에 저장해 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듣거나 기차 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출발시간이 비교적 정확한 기차와는 달리 시외버스는 따로 버스 시간표가 없는 편이다. 시간표가 있더라도 그냥 가서 커피 한 두잔 정도 마시고 타면 된다. 나는 모로코를 여행할 때 버스를 가장 자주 이용했는데 한번도 내가 알고 있는 시간에 버스가 출발한 적이 없다. 그냥 버스에 인원이 꽉 차면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버스는 100% 꽉 찬다.

버스표를 사는 일도 재미있는데 버스 정류장 (gare routier) 에 들어가면 여러 남자들이 큰소리로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한쪽에서는 카사블랑카 티켓을 판매하는 남자가 “Casa, casa, casa” 를 외치고, 그 옆에서는 탕헤르 티켓을 판매하는 또 다른 사람이“Tange tanger tanger” 라고 외친다. 그걸 보면서 나도 티켓 파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그것은 활기차고 독특한 풍경이었다.

간혹 관광객을 보면 천원, 이천원 정도 올려 팔기도 하는데, 나는 미리 현지인들에게 가격을 물어보고 들어갔었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그들이 영어나 불어로 말을 걸더라도 “앗쌀람 알레이쿰”이라고 말한 다음 보기에 가장 순수(?)하거나 정직해 보이는 청년에게 가서 티켓을 사면 속을 일은 없을 것이다.

표를 산 후 버스를 타면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금(?!) 목걸이, 팔찌, 시계, 선글라스, 양말, 과자, 음료, 휴지 등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팔러 들어왔다가 버스가 떠나면 그때서야 뛰어내린다. 물건을 팔러 들어온 사람들이 나가고 한 두시간 정도 늦어버린 여행객이 헐떡거리면서 버스에 뛰어 올라타면 그때서야 버스는 떠난다.

나는 모로코를 여행할 때 하도 현지인 흉내(?!)를 많이 내 오죽하면 그곳 사람들이 나보고 베르베르 사람이냐고 묻기도 했고 그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베르베르족은 산에 사는 한 부족인데 언어도 다르며 훌륭한 상인으로 또한 인색하기로도 유명하다.  어떤 나라를 가나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환경이나 경험에 재치있게 대처하고 그 나라 사람을 존중심을 가지고 대하면 그들의 다른 점으로 겪게 되는 경험은 늘 재미있는 사건과 추억으로 남게 된다.

나는 모로코에서 한번도 벽 시계가 제대로 돌아가는 집을 본적이 없다.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왜냐하면 언젠가부터 유심히 시계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한번도 시계 바늘이 멈춰있지 않은 시계나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지 못했다. 어쩌면 시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하루를 나누고 있는 것은 시계바늘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디에 있건 멀리서나 가까이서 들려오는 모스크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그들은 시간을 굳이 나눌 이유도 없을 지 모른다.

모로코에 가기 전에 읽은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 여자가 모로코에 잠깐 머물렀었는데 하루는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아! 지금 몇시예요? 약속이 있는데” 라고 말하자 옆 사람이 “여섯시예요. 약속시간이 언젠데요?” 라고 물었다. 여자가 “어머, 약속시간이 다섯시인데, 어떡해요, 늦었어요!” 라며 놀라자 옆 사람이 다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그렇다면 지금은 네시 반 밖에 안되었어요. 지금 가면 되겠어요.” 좀 과장이 섞이기는 했겠지만 현지에 가보니 정말 실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우체국 같은 곳을 가보면 볼 일이 있어 들어온 사람들이 꽉 차있는데도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우체국 직원이 아무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누구에게 나 늦었다 라고 말하면, 괜찮아, 괜찮아, 문제없어 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일들은 살다 보면 분명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너무나도 빨리 돌아가는 한국에 있다 가서 더 그렇게 느낀 것일까, 여행자로서는 이런 편안함, 여유로움, 느림이 그 어떤 물질적 성취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 소중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런 것은 분명 우리가 잃어버린 중요한 부분이며 우리 삶의 물질화, 기계화가 가속화하면 할수록 앞으로 반드시 회복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할 정신의 영역인 듯 했다. 이상한 것은 이런 곳에서 지내다 보니 나만의 시간도 훨씬 많아지고 하루도 훨씬 더 긴 듯했다. 마치 하루가 길고 길었던 유년시절로 내가 돌아가 있는 듯 했다.

모로코에는 택시가 두 종류이다. 하나는 타자마자 떠나지만 하나는 손님들이 꽉 차야 떠난다. 바로 그랑 택시와 쁘띠 택시가 그것인데 그랑 택시는 먼 외곽으로 장거리를 가는 택시이고 쁘띠 택시는 시내에서 움직이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택시이다. 다른 점은 쁘띠 택시는 가끔 합승을 하기는 해도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타는 것이고 그랑 택시는 여러 사람이 합승하는 택시라는 점이다. 최대 6인까지 합승하는데 운전석의 운전사 옆에 2명이 타고  뒤에 4명이 탄다. 보통 한 도시의 외곽에는 꼭 그랑 택시가 모여있는 승차장이 있고 택시는 사람이 꽉 차면 그때 떠난다. 그런데 모로코는 이상하게도 남자들은 거의 다 말라 있고 여자들은 거의 다 퉁퉁하다. 한번은 짐이 많은 아줌마와 동석했는데 난 거의 엉덩이를 들고 한쪽 팔은 뒤로 뻗어 옆 사람과 어깨동무라도 하듯 하고 몸은 가슴쪽으로 잔뜩 움추려 모으고 가야만 했다.

그랑 택시

그랑 택시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이다. 천원, 이천원만 내면 꽤 먼 시외까지 갈 수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라밧까지 오천원 정도면 된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차종이다. 그 전까지 차는 뭐 다 거기서 거기지 했지만 그랑 택시를 본 후에는 꼭 그런 차를 구입하고 싶었다. 빈티지 모델이라서 구입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나도 그랑택시를 한대 몰고 다닐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쁘띠 택시가 도시마다 색이 다르다는 점이다. 라밧에서는 파랑색이고, 페즈에서는 빨간색이며, 태투안에서는 노란색 이다. 버스를 타고 여행하다 보면 어떤 도시를 지나쳐 다음 도시로 갈 때가 있는데 나는 그때마다 창 너머로 택시의 색깔을 보고 “여기는 하얀색이군” 혹은 “아니 노란색이라니!” 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쁘띠 택시들은 대부분 요금기를 갖추고 있지만 간혹 기계가 작동하지 않거나 요금기가 아예 없는 택시도 있다. 그럴 때는 값을 미리 물어보면 된다. 택시 기사들은 한번도 택시 값을 더 부른 적은 없다. 어쩌면 동양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그들은  외국인이라고 거짓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모로코에는 도둑이 많다고 하고 소매치기도 많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여성인데도 나는 그런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타인을 좋게 보면 그들도 나를 좋게 본다는 말이 맞는 듯 하다. 하지만 혹시 택시 안에서 요금을 너무 많이 부르는 것 같다 싶으면 “Ma’ eindish leflouss” (돈이 없어요!) 라고 외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처음에는 다툼이 있겠지만 바로 좋게 끝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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