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투안 (Tétouan) 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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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하는 나의 안전을 걱정하며 자발적으로 가이드를 해줬던 군인이 사진을 찍지 않는 나에게 한 장 찍어가라고 권유하여 어쩔 수 없이 찍었는데 다행이다. 그 때 그 날 그 곳의 색감을 아직도 볼 수 있어서.

 

모로코를 ‘진짜로’ 여행한 사람이라면 리프산맥에 푹 빠졌을 것이다. 시끌시끌한 마라케쉬도 좋고 저 끝 남부에 있는 사막 마을들도 근사하지만 북아프라카에 있는 모로코에서 북쪽으로 죽 뻗어 있는 리프산맥에 떡하니 걸터앉아 있는 테투안(Tétouan)은 우리의 외로운 여정을 그리 외롭지만은 않은 것으로 만들어 주는 곳이다.

우선 기차를 타고 아실라 까지 간다. 갑자기 창문 사이로 보이는 것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바다인 대서양의 끝자락이다. 여기서 더 서쪽으로 가면 지중해를 볼 수 있다. 테투안까지 가려면 아실라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기차 안에서 바다를 보았을 때 그랬던 것처럼 버스가 시내로 들어오니 또다시 시에스타의 졸음이 확 가시고 눈이 커진다. 누군가 나에게 테투안이 “눈을 떠라” 라는 뜻이라고 말해준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테투안에서 나는 정말로 눈을 크게 뜨고 다녔다.

그 이유는 특히 이 지역에 많다는 소매치기들 때문이 아니다. 왠지 모르게 이곳이 전에 왔던 곳 같고 지도 한 장 없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테투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한마디만 나누었을 뿐인데 열 마디를 나누었거나 전에 본 적이 있는 사람들 같았다. 어쩌면 그 나라 그 지역의 특성상 내가 이방인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마을이 얼마나 이방인들을 외롭게 하는지…. 한 군인은 나를 보더니 위험하니 혼자 다니지 말라고 했다. “볼이 많아, 위험해!” 아마 Voleur (도둑) 를 말하는 듯 했다. 나는 “왁하, 싸피, 므쉬 므쉬킬” (알았어. 문제될 것 없어) 이라고 말하면서 기묘한 자부심을 가졌는데 그것은 그 군인이 내가 어떤 옛 카스바(전통마을)를 구경하는 동안 계속 말없이 뒤를 따라다니며 괜찮은지 보살펴주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군인에게 줄 아무 것도 없어서 미안했지만 나는 마치 여왕이라도 (차마 공주라고는..) 된 듯 당당하고 편안하게 그 카스바를 둘러볼 수 있었다.

테투안에 간 것은 나의 즉흥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때 여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모로코에서는 법적으로 외국인은 꼭 여권을 가지고 다녀야 하며 특히 숙소를 들어갈 때 여권이 없으면 거절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던 테투안에서 나는 내 하루를 챙겨 가지고 떠났다. 도착하는 동시에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오는 것이 여행의 낭만이자 슬픔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슬프지도 않았고 기분이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삶이란 게 그렇듯, 그날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 것이었고 나는 테투안의 대지를 밟고 다녔던 것일 뿐이다. 어쩌면 눈을 크게 뜨고 다녀야 하는 것은 여행지에서 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세라는 것을 배운 날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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